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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정치철학의 이해 3장 자유적 평등

Fig.1 현대 정치철학의 이해, 동명사

3장 자유적 평등 메모

0. 최근 논의되는 정책의 이론적 근간

자유적 평등주의는 공리주의에 비해 잘 들어보지 못한 이름이었으나, 복지 정책은 물론이고 최근 정치권에서 자주 논의가 되어 온 기본소득의 근간이 된 정치철학 이론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아주 흥미로운 챕터였다.

특히 이 챕터 덕분에 시행되고 있거나 계획되고 있는 기본소득 정책에 대해 겉핥기로나마 자료를 찾아보니 살짝은 시야가 넓어진 기분이 든다.

이하 내용은 이 단원의 내용들에 대한 개인적인 요약 메모이다.

1. 롤즈의 정의관

앞서 그 한계를 확인했던 공리주의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정의 이론에는 무엇이 있을까? 존 롤즈J. Rawls는, 비교적 인간의 직관에 기반한 여러 개의 상충하는 제1원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원칙들 간 체계적인 우선 순위나 종합적인 기준이 없는 이론을 직관주의intuitionism이라 하였다. 그리고 그의 저서 “정의론A Theory of Justice”에서 직관들 간의 구조를 세울 정치이론을 구축하여 공리주의의 대안을 세우고자 하였다.

롤즈의 ‘일반적 정의관general conception of justice’는 다음 중심 관념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든 사회적 기본가치-자유와 기회, 소득과 부, 그리고 자존감의 기반-는 이러한 가치들의 일부 혹은 전부의 불평등한 분배가 최소수혜자의 이득이 되지 않는 한 평등하게 분배되어야 한다.”

그리고 사회적 가치의 평등한 분배에 있어, 다음과 같은 불평등 분배의 예외를 두었다: “우리는 모든 불평등을 제거하는 것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불리하게 만드는 불평등만을 제거함으로써 사람들을 평등하게 대한다.”

그럼에도 다양한 사회적 기본가치 간 충돌 때문에 우선성의 체계가 필요하고, 이에 롤즈는 ‘서열적 우선성lexical priority’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1. 제1원칙: 각자는 모든 사람의 유사한 자유체계와 양립가능한 평등한 기본적 자유의 가장 광범한 전체 체계에 대한 평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
  2. 제2원칙: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은 다음 두 가지, 즉 ① 그것이 최소수혜자에게 최대이득이 되고, ②공정한 기회평등의 조건 아래 모든 사람에게 개방된 직책과 직위에 결부되도록 배정되어야 한다.
  3. 제1우선성 규칙(자유의 우선성): 정의의 원칙들은 축차적 서열로 이루어져야 하고, 따라서 기본적 자유는 자유를 위해서만 제한될 수 있다.
  4. 제2우선성 규칙(효율성과 복지에 대한 정의의 우선성): 정의의 제2원칙은 서열상으로 효율성의 원칙이나 이득총량의 극대화 원칙에 우선해야 하며, 공정한 기회는 차등의 원칙에 우선해야 한다.

즉, 요약하면:

“서열적 우선성”은 자유의 평등, 기회의 평등, 차등원칙 순으로 우선하는 원칙이며, “차등원칙”은 자원의 불평등은 최소수혜자들에게 이득이 될 때만 허용된다는 원칙이다.

자유와 기회의 평등에 관해서는 이견이 나올 여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주로 논하게 될 사항은 차등원칙에 관해서 다루게 된다. 이 챕터의 소단원에서 다룰 내용은 각각, 기회평등의 원칙으로부터 유도한 롤즈의 이론, 사회계약적 면에서 설명하는 롤즈의 이론, 롤즈의 이론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드워킨의 이론, 그리고 마지막 소단원에서는 이러한 롤즈와 드워킨의 이론이 현실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와 이론의 한계를 보여준다.

2. 직관적인 기회평등의 주장

앞서 언급한 롤즈의 “일반적 정의관”을 다시 살펴보면, “사회적 가치는 평등하게 분배되어야 하되, 차등원칙difference principle과 서열적 우선성lexical priority의 규칙를 가진다”는 것이다. 이 소챕터에서는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은 최소수혜자에게 이득이 되는 경우에만 정당화될 수 있다”는 차등원칙에 대해, 기회의 평등이란 개념을 통해 롤즈의 차등원칙을 유도하고, 그럼에도 도출되는 차등원칙의 한계를 다룬다.

사회적으로 기회의 평등은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동시에 그 실현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개념이다. 사람들은 인종, 성, 사회적 배경처럼,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요인에 의한 혜택이나 불이익에 대해서는 부당하다고 느낄 것이며, 선택과 노력으로 쟁취한 결과와 그에 따른 소득의 불평등에 대해서는 정당하다고 느낄 것이다. 동시에 이러한 기회의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서, 제도적 및 법적으로 차별을 하지 않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여기는 의견도 있으며, 소수자 우대 할당정책affirmative action과 같은 적극적인 제도가 필요하다고 여기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롤즈는, 기회의 평등은 순수한 운의 요소인 선천적인 재능으로 인해 그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때문에 롤즈는 차등원칙, 즉 “천부적 재능으로 인해 더 높은 소득을 얻는 것은 부당하지만, 그런 사회적 시스템으로 인해 최소수혜자들의 기대치를 향상시키는 형태로 작용할 경우에만 소득의 불평등은 정당화될 수 있다”는 주장을 한다. 예를 들면, 고소득자에게 누진세를 적용해 그 세수로 복지를 통해 저소득층에게 혜택을 주며, 장기적으로는 기대치를, 직업 또는 소득수준, 끌어올리는 예시가 있다.

하지만 차등원칙은 재능과 같은 임의적인 요소로부터의 불평등에 대해 적용하는 것이 아닌, 모든 불평등에 적용하는 주장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앞서 언급한 예시는 높은 소득의 원인을 재능만으로 가정했을 때는 정당한 주장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재능의 척도를 판단하기 힘들기 때문에, 노력에 따른 고소득에도 재능에 의한 고소득과 같은 세율을 적용할 수 밖에 없으며, 노력해서 얻은 결과를 재분배한다는 것을 정당하지 못하다고 여기는 의견 또한 있기 때문에 차등원칙에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롤즈는 두 번째로 “사회계약론” 주장을 통해 그의 정의관을 뒷받침한다.

3. 사회계약론 주장

롤즈의 정의이론을 뒷받침하기 위한 두 번째 주장은 사회계약론 주장이다. 이 주장의 핵심은 무지의 장막 뒤에서 선택한다는 “원초적 입장”이다.

원초척 입장은, 내가 어떤 조각을 받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케이크를 자르듯이, 원초적 입장에서 이루어진 합의는 각자에게 평등한 고려를 부여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롤즈는 이러한 입장에서 사회의 자원을 분배하게 되면 최소수혜자의 몫을 최대화시키는 차등원칙이 가장 합리적일 것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앞서 확인했듯이, 롤즈의 차등원칙은 재능과 같은 선천적인 요소로부터 독립적인, 평등한 분배를 고려한 원칙이다. 때문에 롤즈는 차등원칙에 대해 사회적 1차 재화social primary goods와 자연적 자산natural assets을 구분한다. 사회적 1차 재화는 부, 기회와 권한, 권리와 자유 등 사회제도에 의해 직접적으로 분배되는 가치들이며, 자연적 자산은 건강, 지능, 체력, 선천적 재능 등 사회제도에 영향은 받으나 직접적으로 분배되지는 않는 가치들이다.

롤즈는 원초적 입장, 즉 무지의 장막 뒤에서라면 사회적 1차 재화를 최대한 접근이 보장되도록 하는 사회를 선호할 것이라 주장하여, 그의 차등원칙을 뒷받침한다.

그렇다면 그 무지의 장막 뒤에서 선택한다는 “원초적 입장”은 합당한가? 이 원초적 입장 또한 사람마다 판단 기준이 다를 수 있다. 모든 가치를 동일하게 분배할 사람도 있겠지만, 전체 파이의 크기가 크다면 어느 정도의 불평등 분배를 감수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즉, 원초적 입장을 고려하기 전에 미리 정의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는 순환적인 결과일 수 있다.

때문에 롤즈는 이러한 원초적 입장에 대해, 도덕 이론은 “반성적 평형reflective equilibrium”을 통해 이론만이 아닌 도덕적 직관 또한 고려해야 하며, 이론이 도덕적 직관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항상 직관적으로 도덕적 판단을 내리지, 왜 원초적 입장이라는, 이론에 가까운 사고실험을 고려해야 하는가? 이 관점은 완전히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원초적 입장이라는 관점은 도덕적 직관의 입장을 보다 명확하게 만들며, 자연적 자산에 독립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근간이 된다. 즉, 원초적 입장에 따라 사고한다면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재능이나 사회적 입지가 없는 경우를 가정하고 정의이론을 선택하게 만들 것이다.

때문에 앞서 확인했던 공리주의에서는 몇몇 논리적 판단의 경우 우리의 직관과는 다른 도덕적 판단의 경우가 있다면, 롤즈의 반성적 평형을 고려한 차등원칙은 공리주의에 비해 직관을 고려한 정의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롤즈의 차등원칙은 도덕적 직관과 위배되어 비판받는 점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선천적 불리함에 대한 보상책의 부재와, 자원의 평등 배분에 있어 선택의 책임을 남에게 지우는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차등원칙은 최소수혜자의 기준을 사회적 1차 재화로 설정하기 때문에, 장애나 만성 질환 등의 불리함에 대한 보상책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선천적인 장애를 갖고 태어난 사람에게 의료적인 보조나 직업교육을 실시하는 보조적 정책을 실시하는 것이 보다 정당해 보이나, 롤즈의 정의이론에서는 이를 고려하지 않는다.

두 번째는, 차등원칙은 선택으로부터 비롯된 불평등을 구분하지 못한다. 예를 들면 같은 자원을 가지고 시작했으나 한쪽은 소득을 위해 여가를 포기한 경우를, 다른 쪽은 아닌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연장근무, 당직근무, 야근 등이 있다. 이 경우 직관적 판단으로는 전자에게 더 많은 소득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롤즈의 차등원칙은 이러한 경우에도 소득을 평등하게 만들 것이다. 이 결과는 선택의 책임을 스스로 지는 것이 아닌, 남에게 지우는 결과이므로 도덕적 직관과 합치하지 않는다.

정리하면, 롤즈의 차등원칙은 순수한 운의 영역인 선천적 재능의 영향을 줄이고 평등한 자원의 분배를 목적으로 세워졌으나, 자연적 자산을 고려하지 않아 선천적 불리함에 대한 보상책이 없으며, 선택의 비용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지는 것이 아닌 타인에게 지우는 결과를 낸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드워킨Dworkin은 자원평등론Equality of Resources를 제시한다.

4. 드워킨의 자원평등론

드워킨은 롤즈의 차등원칙의 목적이었던 ‘욕망에 민감ambition-sensitive’하고 ‘여건의 영향을 배제해야endowment-insensitive’한다는 목적, 다시말해 사람들은 스스로의 삶의 목표나 계획을 스스로의 욕망에 의해 좌우해야 하며 동시에 자연적이거나 사회적인 여건에 의한 영향은 배제해야 한다는 목적을 유지한다. 대신 다른 방식의 사고실험을 통해 이를 만족하면서 도덕적 직관과 일치하는 분배기획을 제시한다.

드워킨의 자원평등론은 다소 복잡한 이론이기 때문에 이 책의 저자 킴리카는 다음 세 가지 핵심적인 내용을 소개한다.

  1. 선택에 대한 비용의 지불: 욕망에 민감한 경매기획
  2. 선천적 불리함에 대한 보상: 보험기획
  3. 현실세계의 대응: 세금과 재분배

4.1. 선택에 대한 비용의 지불: 욕망에 민감한 경매기획

욕망에 민감한 경매the ambition-sensitive auction은 공정한 자원의 분배에 대해서, 모든 인간이 같은 구매력을 가지고 각자의 욕망에 따라 자원을 얻기 위한 경쟁을 사고실험으로 표현한 것이다. 예를 들면, 모두가 100개의 같은 조개껍질을 가지고 각각의 자원에 대해 입찰하여 경쟁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상적인 형태로 자원의 분배가 이루어질 경우 모두가 같은 양의 구매력으로 경쟁에 참여했기 때문에 공정하다고 볼 수 있고, 각자가 다른 사람의 몫을 시기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만약 다른 사람의 몫이 더 커보였다면 그 자원에 대해 입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경매는 시기심 검증envy test라고도 불린다.

4.2. 선천적 불리함에 대한 보상: 보험기획

하지만 이는 이상적인, 모두가 같은 구매력을 가지고 모두가 같은 지능을 가진 상황에서의 이상적인 분배 방법이다. 앞서 롤즈의 차등원칙에서도 나온, 선천적 불리함에 대해서 드워킨의 주장에서는 보상책이 있을까? 드워킨은 이에 대해 보험 기획the insurance scheme을 제시한다.

보험 기획은 “원초적 입장” 처럼, 경매에 앞서 구매력의 일부를 지불해 선천적 불리함에 대한 보험을 가입하는 것을 가정하는 사고실험이다. 내가 어떤 선천적 유불리를 가지고 시작할 지 모르는 상태라면 구매력의 일부를 지불해 보험에 가입할 용의가 있을 수 있고, 현실적으로는 조세 제도를 통해 사회적 취약층에게 적용되는 복지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최선이라기보단 차선의 선택에 가깝다. 현실의 보험과 동일하게, 아무런 불리함 없이 태어난 사람은 비용은 지불하되 얻는 것은 없는, 재능있는 사람의 노예화slavery of the talented라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즉, 재능은 사람의 선택권을 확장시키기보다는, 보험료를 지불하기 위해 최대한 생산적이어야 하는 제약을 낳게 된다는 것이다.

4.3. 현실세계의 대응: 세금과 재분배

지금까지의 경매기획과 보험기획은 공정한 분배에 대한 사고실험이었으며, 보험기획은 구매력의 일부를 보험이라는 체계로 재분배한다는 점에서 조세 제도와 복지 제도로 예를 들었다. 하지만 이론을 현실에 적용하기에는 다음과 같은 제약이 따른다; 하나는 사람들의 선천적 유불리를 상세히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과, 다른 하나는 불평등한 결과는 항상 선천적 유불리만의 결과가 아닌, 다양한 변수가 있다는 점이다.

선천적 재능의 영역은 쉽게 측정할 수 없으며, 또 그 재능이 소득에 얼만큼의 기여를 했는지 측정하는 것 또한 어렵다. 또한 시대에 따라 재능의 중요성 또한 바뀐다. 가령 육체적인 힘같은 재능은 과거에 비해 현재에는 덜 중요해졌으며, 수학적 사고력과 같은 재능은 현재에 더 중요해진 예가 있다.

선천적 재능만이 불평등한 여건의 원인이 아니라는 점도 현실적 적용에 어려움을 준다. 예를 들면 자연재해가 그렇다. 기후변화에 의해 피해를 입은 농부에게도 선천적 장애를 갖고 태어난 사람과 동일한 이유로 경제적 보상을 해주어야 하는가? 이 문제는 보험기획의 단점을 재능의 영역만이 아닌 운의 영역으로도 확장하는 결과를 낳는다. 즉, 불운한 사람의 피해를 보상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반대로 보면 불운하지 않아 무탈하게 사는 사람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것이다.

정리하면, 우리는 재능을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여건을 평준화시키기 어렵고, 선택의 결과를 알기 어렵기 때문에 욕망에 충실한 선택을 하기 어렵다. 드워킨은 이 두 가지 목표-여건을 평준화시키고 욕망에 민감한 분배-는 서로 상반되는 목표로, 둘 모두 완전히 만족시킬 수 없으나 두 가지 기준을 모두 사용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드워킨은 자신의 이론이 굉장히 추상적이나 현실의 정책에 사용될 수 있으며, 전통적인 사회주의와 자유지상주의 사이의 제3의 길로서 대안적 모델로 제시할 수 있는 점을 강조한다. 예를 들면 공공의료보험과 민간의료보험의 예가 있다. 전자는 여건을 평준화시키기 위해 필요하고 후자는 욕망에 민감한 선택의 여지를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필요하다.

4.4. 사전적 평등을 위한 제안들

그럼에도 드워킨이 든 예시인 조세 및 복지 제도는 이미 발생한 불평등에 대해 사후적으로 재분배하는 제안이며, 이는 드워킨의 이론에서 가정하는 바와는 살짝 다르다. 드워킨의 이론에서 가정했던, 모두가 동일한 100개의 조개껍질로 경매에 참여하는 것으로 비유한 “평등한 사전적 여건”을 이루기 위해서 제안되는 방안에 비하면, 사후적으로 재분배를 이루는 복지 제도는 훨씬 보수적이고 현실적인 제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 평등한 사전적 여건을 이루기 위한 제안들은 얼마나 급진적인지 알아보자.

  1. 기초자금공여 사회stakeholder society
  2. 기본소득basic income
  3. 보상적 교육compensatory education
  4. 평등주의적 기획자egalitarian planner

4.4.1. 기초자금공여 사회

애커만Bruce Ackerman은 부유세를 부과하여, 모든 사람에게 고등학교 졸업 시 자금stake을 일괄 지급하는 것을 제안했다.

4.4.2. 기본소득

판 파레이스Philippe Van Parijs는 한 번 주어지는 기초자금 대신, 꾸준히 주어지는 기본소득을 제안했다.

4.4.3. 보상적 교육

존 로머John Roemer는 빈곤한 가정이나 공동체 출신의 아동의 교육에 대한 보상적인 지출을 제안했다. 예를 들면, 로머는 미국에서 백인 아동과 흑인 아동 간에 미래에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평준화시키고자 한다면, 교육에 있어 흑인 아동 1명당 백인 아동 1명의 몇 배의 돈을 지원해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4.4.4. 평등주의적 기획자

로머는 또 다른 제안으로, 사회를 유형으로 분류하여 그 유형 간 불평등을 평준화시키는 것을 제안한다. 유형의 분류는 선택보다는 여건에 의한 요소들, 가령 연령, 성별, 인종, 신체적 장애 등이 있다. 이러한 유형별로 분류하였을 경우 그 유형 내에서의 소득 격차는 비교적 선택에 의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유형 간 격차가 클 경우 선택보다는 여건에 의한 불평등의 가능성이 크며, 이러한 불평등을 평준화시키는 것이 보다 공정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백인 여성 유형과 흑인 여성 유형을 들 수 있다. 백인 여성 유형 집단 안에서의 소득 격차는 비교적 선택의 결과일 수는 있으나, 백인 여성 유형 집단과 흑인 여성 유형 집단의 소득의 차이는 선택보다는 여건에 의한 요소이므로, 이러한 불평등은 평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5. 자유적 평등의 정치

그렇다면 이 자유적 평등이라는 정의 이론은 현실 정치에서 어떻게 쓰였을까. 앞서 조세 제도와 복지 정책으로 예시를 들었듯이, 1950-1960년대의 서구권 국가에서의 복지 정책은 당시에는 마르크스주의와 자유지상주의 사이의 타협점 정도로 간주되었으나, ‘70년대에 이르러 롤즈와 드워킨의 이론으로 이러한 복지 국가의 이론적 틀이 세워진 셈이다.

그럼에도 복지국가는 세 가지 이유로 위기를 맞았다. 하나는 앞서 확인한 것처럼 현실의 정책은 사후적 재분배에 가까우며 사전적 평등을 이루기 위한 이론은 현실적인 정책을 내지 못하거나 많은 논란을 만들고 있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복지 정책의 재정건전성 문제와 복지 정책의 실효성 문제로부터 불거진 신 우파New Right의 부상, 마지막으로는 자유적 평등주의가 조장할 수 있는 불리한 계층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다.

복지국가는 복지 정책을 통해 사후적 평등을 이루지만, 자유적 평등주의는 사전적 평등에 기반한 정의 이론이기 때문에 이 이론이 복지국가의 이론적 기반이 될 수 없으며, 또한 자유적 평등주의는 복지국가를 통해 이루어질 수 없다. 롤즈는 오히려 이런 점에서 사전적 평등이 사후적 분배에 비해 더 나은 점으로, 노동의 분업 내에서 지배와 굴종의 관계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전적인 평등이 이루어진 후에 직업을 결정한다면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의 사회적 위계 차이나,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 위계 차이, 자본가와 노동자의 사회적 위계 차이를 예방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자유적 평등주의의 제도적 공약의 다수는 현실에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현실적인 경제적 문제와 얽혀 있다. 복지국가는 재분배 프로그램을 유지하기 위해 성장경제를 필요로 하지만, 성장을 위한 정책은 복지를 위한 정의 원칙과는 부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역사적으로는 ‘70년대 석유 파동에 의한 경기 침체와 재정 건전성 문제, 그리고 복지 정책의 실효성 문제로 인해 복지국가의 능력에 대한 신뢰 상실과 그에 따른 레이건과 대처로 대표되는 신 우파의 부상이 있다.

복지국가의 능력에 대한 신뢰 상실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많은 수의 복지 정책이 잘 작동한 것은 확실하나, 몇몇 정책은 빈곤의 덫poverty trap이나 가난한 사람들의 의존성과 오명을 강화시켰으며, 원 의도와는 다르게 부유한 사람에게 혜택을 더 크게 주는 경우가 있었다. 이 뿐만이 아니라 기존의 중공업 기반 경제에서 지식기반 경제로 패러다임이 변화해가면서 관리직과 노동자 간의 격차나 교육 수준에 따른 격차가 더욱 커지게 되었다.

신 우파의 부상은 동시에 복지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강한 의심을 제기하여 불리한 계층에 대한 잘못된 인식의 문제를 수면으로 끌어올렸다. 신 우파는 앞서 들었던 “재능있는 사람의 노예화” 지적처럼, 복지 정책은 복지혜택에 의존하는 사람들의 무책임한 행동을 보조하기 위해 부유한 자들의 선택을 부당하게 제한한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울프Jonathan Wolff는 자유적 평등주의가 철학적으로는 최선의 정의이론일 수도 있으나, 정치적으로는 평등에 대한 잘못된 에토스를 조장한다고 시사한다. 다시말해, 복지 정책이 불리한 계층의 시민을 잠재적 사기꾼으로 간주하게 만드는 불신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즉, 불리한 계층의 시민은 불리한 여건에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입장에 처하게 되며, 이는 시민 상호간 유대를 저해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점으로 인해 롤즈나 드워킨의, 급진적인 이론에 비해 보수적인 현실적 제안을 이해할 수 있다. 자유적 평등주의자들은 복지국가를 급진적으로 확장하기보다는, 신 우파의 공격으로부터 기존 제도를 방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리

이전 챕터에서는 공리주의의 의의와 한계를 살펴보았고, 이번 챕터에서는 그에 대한 대안으로 제안된 자유적 평등주의의 의의와 한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공리주의는 인간의 복지에 대한 고려라는 측면에서 도덕성을 해석하는 부분이나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도덕률을 가진다는 점에서 매력을 가지지만, 몇몇 논리의 경우에는 직관적인 도덕과 다른 경우가 많았으며 공정한 몫에 대한 이론을 결여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공리주의의 대안으로 제안된 정치철학이 자유적 평등주의로, 기회평등을 기반으로 삼아 천부적 재능의 영향을 고려하여, 재능이 많은 사람은 재능이 없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때만 추가적인 자원이 정당화된다는 차등원칙을 수립한 정치철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등원칙은 선천적인 불리함에 대해서는 보상할 수 없으며 선택으로부터 비롯된 불평등 또한 평준화한다는 점에서 공정하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고자 드워킨은 자원평등론을 제안하였으나, 이 또한 여건을 평준화시키고 욕망에 민감한 분배를 동시에 이루기 어렵기 때문에 차선의 이론이라는 것을 확인하였다.

현실적으로는 자유적 평등주의는 복지국가에 대한 이론적 정당성을 제공하였으나, 현실적으로 구현되기 어려운 사전적 평등, 복지국가의 신뢰 상실 및 불리한 계층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조장하는 문제로 인해 이론에서 주장하는 급진적인 개혁보다는 복지국가를 유지·보수하는 점진적 정책에 머무른 상황이다.

개인적 생각 정리

현대정치철학의 두 번째 챕터로, 처음 다루었던 공리주의와 비교되는 점이 흥미롭다. 하지만 단순히 논리적인 정의 원칙과 직관적인 정의 원칙의 대비만이 아닌, 각 이론이 논의된 시점의 사회적 배경이 이 이론들의 필요성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즉, 앞서 다룬 공리주의는 명시적 차별에 맞서 논리적인 도덕 원칙을 바탕으로 정책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세운 것이라면, 이번 챕터에서 다룬 자유적 평등주의는 직관적인 도덕적 원칙을 바탕으로 공정한 몫의 자원 분배에 관해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생각이다.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면, 신분에 의해, 인종에 의해, 성별에 의해 기본권이 명시적으로 제약되던 시대에서는 그러한 제도를 개혁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공리주의가 부상했다. 하지만 자유적 평등주의 논의가 부상한 1970년대는 명시적인 자유는 평등하되, 암묵적인 불평등에 대해 어떻게 자원을 분배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던 시대였기 때문에 자유적 평등주의가 부상했다는 생각이 든다.

또, 사전적 평등을 위한 논의는 국내외로 이슈가 되어 왔던 주제들이어서 흥미롭다. 기본소득은 전세계적으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으며, 평등주의적 기획은 소수자 우대 할당정책Affirmative Action의 예시가 있다. 다만 두 가지 한계, 지금까지 확인한 논의는 공정한 몫을 이루기 위한 논의였기 때문에 경제적인 실현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점, 그리고 자유적 평등이 조장할 수 있는 수혜자에 대한 불신이 그 한계라고 생각한다.

앞서 본문에서는, 복지를 위해선 성장이 필요하나 성장을 위한 정책은 정의 원칙과는 부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정치철학은 도덕 원칙을 기반으로 논의되었기 때문에 현실 경제의 논의가 부족한 한계를 보여주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최근 기본소득 정책 실현에서 주로 논의된, 재원 확보와 복지 범위의 설정 등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그리고 수혜자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정책 실현과 유지의 어려움이 크다고 생각한다. 현재도 몇몇 제도는 수혜자 집단이 수혜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우며, 몇몇 복지 정책은 도덕적 해이 사례로 인해 정치적 공격을 받는 경우가 있다. 어퍼머티브 액션의 경우 미국에서는 2023년 위헌 판결이 난 바 있으며, 여성할당제의 경우에도 자질 논란, 여경 논란 등 지속적인 논란을 낳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자유적 평등주의 이론을 바탕으로 하더라도 정책이 공정하다는 인상을 주기 어려우며, 정책 시행과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것을 보여준다.

사전적 평등을 이루기 위한 정책들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기본소득의 경우, 벌어지는 자산 격차에 대해 가장 나은 정책인지, 또는 표를 얻기 위한 경쟁의 결과일지, 좌우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실험과 시범사업이 수행되어 오고 있다. 핀란드와 캐나다 온타리오 주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제한적인 기본소득 실험이 이루어진 바 있으며, ChatGPT로 잘 알려져 있는 OpenAI의 CEO 샘 올트먼 또한 OpenResearch를 통해 기본소득 실험을 수행한 바 있다. [1,2] 한국에서도 경기도 청년기본소득이나 서울시 디딤돌소득 시범사업 등 일부 지자체에서 시범적으로 기본소득 또는 소득보전형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3,4] 특히 이 청년기본소득과 디딤돌소득 시범사업의 경우 기본소득 정책에 대한 좌우의 상반된 시각을 반영하고 있어 해당 사업들의 귀추가 주목된다.


참고문헌

[1] 강남훈, “해외 기본소득 실험의 의의와 한계,” 국제사회보장리뷰, vol. 2018, no. 봄, pp. 62–70, Mar. 2018.

[2] Open Research Lab, 2025, “Unconditional Cash Study,” Open Research Lab. [Online]. Available: https://www.openresearchlab.org/studies/unconditional-cash-study/study

[3] 청년기본소득

[4] 디딤돌소득 시범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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