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정치철학의 이해 4장 자유지상주의
Fig.1 현대 정치철학의 이해, 동명사
4장 자유지상주의 메모
3장에서 자유주의적 평등(Liberal equality)을 2장의 공리주의와 비교했듯이, 4장도 마찬가지로, 자유지상주의를 자유주의적 평등과 비교한다. 주로 노직Robert Nozick이 롤즈John Rawls의 재분배를 비판한 점을 논의하기 때문에, 분배와 소유권에 대한 논쟁이 주를 이룬다. 현실정치에서의 영향에 대해서는 복지국가-신자유주의와 연관하여 설명하는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정치철학의 이론적 특성, 이론은 현상에 후행한다는 점을 일부 확인할 수 있었다. 다시말해, 현실정치에서의 복지국가-신자유주의와, 정치철학 이론에서의 자유주의적 평등-자유지상주의의 관계에서, 정치철학이 현실정치에 앞서 이론적 기반이 된다기보다는, 현실정치에 뒤이어 나타나 이론적 당위성을 제공해주며 시대상을 반영하며 발전했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정치철학이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진 점에서 다소 아쉬운 점을 느꼈지만, 정책 동력을 얻기 위한 정당성 획득과 국민적 설득을 위한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과학과 공학의 관계와는 사뭇 다른 점에서 이러한 인문학의 이론적 학문의 활용이 다소 흥미롭게 느껴졌다.
아래는 본문 내용 요약이다.
자유지상주의 이론의 분파
자유지상주의자는 단순히 자유시장을 선호하는 이론은 아니다. 자유시장은 사회적 부의 효율적인 증대라는 점에서 공리주의자가 선호할 수 있고, 전제정치의 위험을 견제한다는 점에서 선호하는 견지도 있다. 또한, 자유지상주의를 단순히 우파적 이론으로 생각하기에는, 자유지상주의는 재분배를 위한 과세는 본질적으로 잘못되었다고 주장한다는 점에서 다른 우파적 이론과 다르다.
자유지상주의자는 자신이 소유한 상품과 서비스를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것을 주장하고, 어떤 이유에서든 타인의 간섭을 거부한다. 즉, 이들에게는 정부의 세금도, 범죄를 막기 위한 치안만 제공하는, 최소국가(minimal state)가 아니라면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된다. 다시말해 공교육, 국민건강보험, 대중교통, 도로관리 등에 대한 세금의 투입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된다.
이 책에서는 자유지상주의의 주요 이론으로 크게 3가지, 자기소유권으로서의 자유지상주의, 상호이득으로서의 자유지상주의, 자유 그 자체로서의 자유지상주의를 소개하고, 마지막에는 현실 정치에서의 자유지상주의를 간략하게 다룬다.
자기소유권으로서의 자유지상주의
이 책에서 자기소유권으로서의 자유지상주의는 주로 노직의 “Anarchy, state, and utopia”의 주장과 그에 대한 반박을 서술한다. 노직의 소유권리론은 세 가지 주요 원칙이 있다.
- 이전의 원칙: 정당하게 획득된 것은 무엇이든 자유롭게 이전될 수 있다는 원칙.
- 정당한 최초취득의 원칙: 자연물이나 무주물을 최초로 취득할 때의 정당성에 대한 원칙.
- 부정의 교정 원칙: 부정하게 취득되거나 이전된 소유물과, 정부에 의한 부정행위를 어떻게 또 얼마나 피해자에게 보상할 지에 관한 원칙.
즉, 정당하게 얻은 재화라면 절대적 소유권을 가지며, 이를 침해할 수는 없다. 정당하게 얻은 것이라면 어떻게 쓰든 정당한 것이며, 분배나 복지를 위한 세금 또한 소유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이 소유권에 대한 존중은 사람을 목적 그 자체로 보기 위함이며, 이 칸트적 원칙으로부터 노직은 자유지상주의를 도덕적으로 옹호한다. 이를 롤즈의 이론과 비교하면, 롤즈는 재능 있는 사람들은 순수한 운에 의해 수혜를 받은 것이니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 도덕적 의무를 지게 되고, 그에 따라 생산한 것에 대해 분배의 의무를 갖게 된다. 하지만 노직의 주장은, 그 재능은 그 사람의 것이니 그 사람이 생산한 것은 정당하게 가질 권리가 있다. 개인을 타인을 위한 자원으로 보는 것이 아닌, 개인을 개인으로 보아서 존중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주요한 반박은 최초 획득이 정당했는지에 관한 논의와, 자기소유권 원칙은 사람들을 평등한 존재로 대하는 데에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이에 대한 세부적인 논의에 대해서는 생략한다. 결론적으로는 노직의 논거는 롤즈의 재분배의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이며, 롤즈의 경우 1971년 정의론에 관해 이루어진 다양한 논의에 대해 ‘93년, ‘99년, 2001년 저서를 작성한 데 반해, 노직의 경우 1974년에 쓰인 Anarchy, State, and Utopia를 끝으로 노직 본인에 의한 재서술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상호이득으로서의 자유지상주의
이 책에서는 계약이란 점에서 롤즈의 자유주의적 평등과 고티에David Gauthier의 자유지상주의적 계약론을 대비해 소개한다. 롤즈의 계약은 정의에 대한 자연적 의무, 즉 사람을 목적으로 대하기 위해, 타인을 평등하게 고려해야 한다. 롤즈는 이를 기반으로 차등원칙과 원초적 입장에 근거한 여건의 평등화를 주장했다.
상호이득으로서의 자유지상주의에서는 보다 근대적 시선으로 도덕적 가치를 바라본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객관적 도덕적 가치는 그저 개인들의 주관적인 선호에 불과하다. 사람들 각자는 자신의 이익을 최소한으로 구속하며 최대한으로 보호하는 사회계약을 선호할 것이다. 그렇다면, 전통적 규범들과 마찬가지로, 과정이 완벽히 도덕적이지는 않고 합리적 선택으로 이루어지더라도 도덕적인 규약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상해를 입히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서로의 이익에 도움이 되므로 상호 간에 해를 끼치지 않는 규약이 세워질 수 있으며,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규약을 위반하는 것은 상호 협력과 구속을 불안하게 만들어 장기적인 이익에 손해가 되므로 규약을 지키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시가 있다.
하지만 이렇게 상호이득 기반의 규범들이 전통적 규범들과 유사하더라도, 이 규범들에 대한 반박, 예를 들면 최소국가를 지향하면서도 이러한 규범들을 어떻게 지키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논의, 등이 이루어졌다. 그 중에서도 주요한 반박은, 약자와 강자의 격차가 크다면 강자는 약자의 몫을 제한하거나 노예계약을 강요할 수 있다는 것, 다시말해 자기소유권을 힘의 논리에 종속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점으로 인해 롤즈와 같은 전통적인 정의에 대한 견해보다 상호이득으로서의 자유지상주의는 현실정치적 해석에 유용한 분석을 제공할 수 있다는 해석도 있으며, 이에 반해 자유주의적 평등은 자기 본위적 이유보다 도덕적 이유를 우선한다는 점에서 비판받으며, 공동체주의, 시민적 공화주의, 여성주의 또한 이 비판점에서 시작된다.
자유 그 자체로서의 자유지상주의
자유 그 자체로서의 자유지상주의는 글자 그대로, 칸트적 원칙이나 상호이득적 관점이 아닌 근본적·도덕적 전제로서의 자유에 대한 공언과 자유와 평등을 조화시키려는 시도에 대한 거부이다. 앞서 확인한 노직의 주요 원칙처럼, 이들의 논거는 자유의 원칙에 기반한다.
- 무제한적인 시장은 더 많은 자유를 함유한다.
- 자유는 근본적 가치이다.
- 따라서 자유시장이 도덕적으로 요청된다.
노직의 경우와 같이, 이 책에서는 주로 2번 항목, 자유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에 관해 상세히 논의하고 비판한다. 상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자유지상주의 정치
현실 정치에서의 적용에 대해서는 주로 복지국가-신자유주의로의 변화를 자유주의적 평등-자유지상주의의 관계와 유사하게 설명한다. 자유주의적 평등은 두 가지 요소, 선택의 존중과 여건의 평등으로 요약하고, 자유지상주의는 여건의 평등을 제외한 선택의 존중의 원칙으로 대비시킨다. 자유지상주의자들은 여건의 사전적 평등화에 대해 비판한다. 사전적 여건의 평등을 이루기 위해서는 교육을 넘어서 가정의 영향도 평준화할 필요가 있으며, 태어날 때 부터의 유전 공학적 평준화가 필요할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는 자유주의적 평등이 근거로 한 직관적 도덕에 맞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보다 현실적인 사후적 여건의 평등에 대해서도, 현실의 복지국가가 실패한 원인들, 복지국가의 신뢰 상실 및 불리한 계층에 대한 인식의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재능 있는 사람들의 노예화로, 게으른 사람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자유지상주의자들은 선택에 대한 책임의 원칙을 위배하는 점에서 비판한다. 또 다른 예시로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기회를 증진시키기보다 보조금에 대한 수동성을 기르며 문제점을 해결하기보다 영속화시켰다는 것이 있다.
하지만 중요하게 짚어야 할 점은, 자유주의적 평등이 그랬듯이, 자유지상주의 또한 현실적인 정책과는 거리가 있으며 두 이론 모두 현실에서 이루어진 적이 없다는 것이다. 자유주의적 평등주의자들이 아직 진정한 이론적 정책과 현실적 정책은 거리가 있으며 실현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자유지상주의 또한 신자유주의와는 거리가 있다는 점을 짚는다. 자유지상주의자는 복지 제도의 축소만이 아닌, 사회적 인프라의 유지나 공교육 등의 국가적 사업을 모두 거부하고 최소국가를 지향한다. 선별적 복지, 또는 빈곤의 덫을 탈출할 수 있도록 하는 복지 제도를 지지할 수도 있는 우파에 비해, 자유지상주의는 그 모든 정부의 정책을 거부하는 최소국가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개인적 생각 정리
이번 챕터를 읽고 정치철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회의감을 느꼈고, 그로부터 이 학문의 방향성을 생각해 볼 기회가 있었다. 정치철학의 목적은 이상적인 정체政體를 찾는 것이므로 [1] 무엇이 옳은가에 대해 길고 긴 논의를 거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명확하고 이상적인 정의를 위해 다소 무의미한 논쟁이 이어지는 경향을, 예를 들면 자유의 정의와 가치를 명확하게 정의하고자 하는 부분이나 최초 취득의 정당성을 논쟁하는 부분에서 그런 경향을 느꼈으며, 그런 점에서 현실 정치와 크게 거리가 있다는 점에서 회의감을 느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런 이론적인 논의를 통해 현실적인 정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자유주의적 평등의 정당성의 근거로 든, 롤즈의 무지의 장막 뒤의 원초적 입장은 처음 읽을 땐 그럴듯해 보였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재산을 압류한 다음 무작위로 재분배라도 하지 않는 한 이루어지기 힘든 가정이다. 본 책에서 제시된 여건의 평등을 위한 정책들은 실현 가능성에서도, 직관적인 도덕관과도 거리가 있을 뿐더러,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한다는 이상적인 원칙에 대해서도 회의감이 든다. 현실에선 기초생활수급자나 실업급여에 대해서도 날선 의견이 오가는데, 여건에 차이가 있다는 이유로 급여에 차등이 생긴다는 것을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런 회의감에서 든 생각이 두 가지 있다. 결국 현실정치와는 거리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서 소개하는 각각의 정치철학의 의미에 관해 고민해봤고, 그리고 이 학문을 어떻게 현실에 응용할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첫 번째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각각의 정치철학은 basis를 제시하고, 현실 정책이나 사람들의 신념을 그 basis로 표현 가능한 vector space를 구성하려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다. 이 책에서는 사전적 정의에 따른 공리주의자나 리버럴, 자유지상주의자는 모두 원칙대로라면 현실적으로 극단적인 예시를 갖는다는 점을 짚는다. 하지만 현실의 사람들은 다양한 정치적 위치를 가지며, 상황에 따라, 사익에 따라 그 변화가 유동적이다. 때문에 이 책에서 제시하는 정치철학적 잣대로 사람들을 구분하기보다, linearly dependent한 basis를 여러 개 제시하며, 사람들의 연속적인 정치적 스펙트럼을 표현하는 것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비슷한 예를 들면 MBTI가 있다. MBTI는 independent한 4개의 basis를 바탕으로 사람들을 0-100%의 연속적인 축으로 표현했다. 미숙한 생각이겠지만, 이 책에서 자유주의적 평등과 자유지상주의를 대비하며 설명한, 선택의 존중과 여건의 평등, 여건의 평등을 제외한 선택의 존중으로 표현한 것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선택의 자유와 책임, 여건의 평등, 상호 이득 등의 가치를 e1, e2, … en이라고 할 수 있다면, 비록 어떤 basis ei가 linearly dependent하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의 정치적 위치를 Σaiei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렇게 생각했을 때의 현실에의 응용은 정책에 대한 판단 기준을 세울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떤 정책을 판단할 때 그 정책의 정치철학적 요소를 구분할 수 있다면, 나의 신념 중에서도 상세한 요소들, 사익 중에서도 상세한 요소들을 구분할 수 있을 것이며, 그 정책을 지지할지 거부할지 보다 깊게 생각해 볼 수 있을 수 있다. 최소한 투표를 할 때 각 후보의 정책을 판단할 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두 번째로는, 정치철학적 개념을 수사학적으로 활용해 명분이나 정당성 획득에 활용할 수 있어 보인다는 점이다. 현실에서 정치철학적 개념들이 사용될 땐 정책이나 정치적 행보에 있어 수사학적으로 사용되며, 지지율이나 이익을 위해 신념을 유동적으로 활용하는 점이 있다. 예를 들면 보수 정당에서의 기본소득 정책 추진이나, 진보 정당에서의 종부세 완화 등이 있다. 대부분의 경우는 국민적 찬성·반대를 이유로 들어 정당의 성격과 반대되는 정책을 택하지만, 이론적 설명을 짧고 간결하게 요약할 수 있다면 정당성 확보에 도움이 되어 보인다는 생각이다.
이 점에서는 정책을 판단하는 기준을 공부하기보단 정책의 정당성을 공부하는 것이다. 애석하게도 필자는 정치에는 소질이 없어 다소 의미가 퇴색하지만, 정치 토론에 있어 다소 이상적이지만 논리적인 근간을 공부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깊게 공부할 가치가 있겠다.
참고문헌
[1] Mansfield, H. C. 정치철학 공부의 기초: 가장 좋은 정체를 이해하는 법, 이재만, Transl., Paju, S.Korea: 도서출판 유유,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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