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투스Habitus
Fig.1 Book cover
서론
한마디로 이 책은 자기계발서이다.
다른 모든 책도 그렇겠지만, 자기계발서라는 장르는 오독이 쉬워서 읽기 어려운 장르이다. 교과서나 공략집처럼 ‘이렇게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책은 없다. 저자는 저자가 연구한 내용을 가지고 주장(또는 조언)을 하고, 읽는 사람은 그 주장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본인의 상황에 맞춰 그 조언을 얼마나 받아들일지 고려해야 한다.
이 책은 중산층은 어떤 습관과 행동 양식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지, 부유층의 입구에 선 중산층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어떤 습관과 행동 양식이 그들과 어울리는 데에 유리한지, 갓 부유층이 된 사람들은 이 지위를 어떻게 다음 세대로, 어떻게 가문 단위로 유지할 지에 대해 다루는 내용이다. 꾸준히 내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보다 바로 선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라면, 아비투스라는 개념에 대해 다루는 부분은 매우 짧아서 그 개념에 대해 공부하고 싶던 입장에서는 살짝 아쉬운 점이 있었다.
오독에 대해
이 책은 사회적 계층에 대해 직시하고, 각 계층의 특징을 살펴보며, 그 특징마다 어떤 속성을 가졌는지 분석하고,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는 내용 또한 직시한다. 불편할 수 있는 점은, 예를 들어, 가족이 부유해 어렸을 때부터 상류층의 아비투스가 몸에 배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비교적 성공의 가능성이 높다거나, 아비투스는 삶에 천천히 체화되는 것이어서 이를 따라잡으려면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거나, 문화적 차이, 가족/가문에 의한 안전망, 여유를 보일 수 있는 시간적/자본적 사치, 크랩 멘털리티, 네포티즘 등이 있다.
‘공정한’ 사회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는 사회적 현상이나 경향을 보면서, 혹자는 이런 사회에 적응하고 사회에 스스로를 맞춰갈 수도 있고, 혹자는 이런 사회 또는 상류층에 대해 염증을 가지고 분노하거나, 또는 체념할 수도 있다. 스스로를 이런 사회에 맞추는 사람은 이 책의 저자의 의도를 똑바로 따라가는 경우일 것이다. 이러한 사회에 분노하는 사람은 어쩌면 개혁의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체념하는 사람은 다르다. 이들은 이러한 현실을 구실로 삼아 지금의 자신에 안주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어짜피 그들만의 리그일 텐데 지금 공부해 봐야 소용 없다면서 포기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이는 감히 주장컨대 오독이라고 할 수 있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즐겁고,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다는 말처럼, 이 책으로부터 배운 내용을 현재에 안주하거나, 뒷걸음질하는 데에 사용하면 오독을 넘어 독이 될 것이다.
책의 내용과 구성에 대해
책의 구조는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주요 요소를 자주 반복해 주고, 주장하는 내용도 너무 많지 않아 어떤 독자를 향해 어떤 조언을 하는지 잘 이해할 수 있게 쓰여져 있다.
이 책의 대략적인 내용은, 사람의 행동 양식을 7 가지로 분류하고, 각 요소마다 중산층과 상류층의 행동 양식을 비교하며 어떤 점이 다른지를 나열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장의 근거로는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의 논문에서의 개념들을 기반으로, 저자인 도리스 메르틴Doris Martin이 조사한 언론, 통계, 저서, 논문 등의 다양한 조사를 바탕으로 중산층과 상류층의 행동 양식을 어느 정도 일반화하여 보여준다.
책의 구조도 독자에게 저자의 주장을 이해시키기 위한 섬세한 배려가 돋보인다. 주로 보이는 점으로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각 챕터의 구조가 있고, 다른 하나는 각 챕터에서 주장하는 요소의 개수가 있다.
각 챕터는 이해하기 쉬운 인트로와 예시, 그리고 친절한 복습 요소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각 챕터별로 친절한 인트로와, 챕터에서 주장하는 요소별로 적절한 제목과 인트로, 그리고 충분히 제공되는 예시, 마지막으로 각 요소들을 다시 한번 나열해 주면서도, 다시 한번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담화 형식으로 그 챕터의 중요한 요소들을 짚어 준다.
각 챕터에서 주장하는 요소의 개수도 너무 적지 않으며 너무 많지도 않아, 외우려 하면 어렵지 않을 정도의 개수로 구성되어 있다. 학부 때 교양과목에서 수강한 인지과학에서(어느 정도 논란이 있는 개넘이지만), 사람이 단기 기억으로 쉽게 기억할 수 있는 개체의 개수가 대략 7±2 개라는, magic number 7 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부르디외가 경제, 자본, 문화 3 개로 정의한 자본을 7 개로 늘렸고, 그 각각의 개념에 대해서도 상류층과 중산층이 가지는 특징에 대해 7 가지 특징을 나열하였다.
7 가지 자본에 대해 7 가지 특징을 나열해서, 결국 49 개에 달하는 내용이 있다 보니 이를 1 회독으로 외우거나 체득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의도된 개수의 개념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이 책의 내용을 쉽게 기억해내고, 체화할 수 있게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제일 좋은 점은, 각 챕터의 마지막 장에 그 중요한 요소들을 한 문단씩으로 정리해 놓았고, 마지막 챕터에서는 중산층과 상류층의 주된 차이점을 키워드로 비교해 놓아, 필기하고 정리하지 않아도 보고 싶은 내용의 중점이 잘 정리되어 있다는 점은 이 책의 매우 강력한 장점이다.
개인적인 감상
잘 쓰여진 책이지만 비판점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다. 중간중간 읽다 보면 갸우뚱해지는 내용도 있고, 상류층의 행동 양식을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다루는 장도 있어, 자칫하다가는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려 하는 모습이 될 수도 있겠다는 경계심이 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잊고 있던 향상심에 다시 기름을 부어준 것만큼은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사실 우리 모두가 아는 내용이지만, 이 책은 그 내용을 키워드와 문장으로 표현해 다시 한번 그 내용을 일깨워 준다. 나는 종종 삶의, 직장의, 인간 관계에서의 힘겨움에 향상심을 잊는다. 하지만 붉은 여왕처럼 달리지 않으면 뒤처지는 세상이니 달리는 과정이라도 즐겨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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