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쓰는 법
Fig.1 Book cover
과잉의 시대에 어떻게 가치를 전달할 것인가
우리는 왜 리뷰를 쓸까? 이 책에서 저자는 리뷰의 본질에 대해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라 말했다. 우리는 다양한 가치의 시대에 살고 있고, 이 순간에도 너무나도 많은 책, 영상, 제품이 생기고 사라지고 있다. 이런 시대에서 내가 경험한 가치를 남에게 전달하고 설득하기 위해선 섬세한 방법이 필요하다. 트위터 리트윗, 유튜브 알고리즘 등 확증편향이 더욱 쉬워지는 요즘에는 청자와 다른 사고방식의 생각을 설득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으니 말이다.
시야를 넓히려면 효과적인 의견 교환, 즉 잘 쓴 리뷰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잘 준비된 토론처럼, 잘 쓰여진 리뷰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새로운 시야를 넓혀 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쓰는 사람으로도 하여금 다양한 자료를 준비하고 생각해 보는 경험으로 그 주제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 보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설득의 방법을 설득하는 책
이 책은 ‘글로써 설득하는 방법’, 즉 ‘리뷰를 잘 쓰는 법’에 대해 설명하는 책이다. 남을 설득하는 방법을 독자에게 설득하는 책인 셈이니만큼, 저자는 다양한 설득의 요소를 이 책에 녹여냈다.
이 책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특징은 한두페이지에 핵심 요소를 전달하는 형식이다. 제목과 부제로 두괄식 요약을 보여주고, 왜 이 요소가 중요한지에 대한 설명과, 이 요소의 유무에 따른 좋은 예와 나쁜 예를 비교해주며 독자를 설득한다. 이 두괄식 요소와 상세한 설명, 그리고 예시를 통해 저자가 주장하는 리뷰의 요소가 꽤나 설득력있게 다가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대단원의 구성을 통해 입문 장벽을 낮췄다. 작문의 큰 요소들을 앞에 배치하고, 세세한 요소들을 뒤에 배치하여 읽으면 읽을수록 리뷰의 요소들이 점점 세세해지고 심화되는 구성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첫 번째 대단원에서는 리뷰를 쓰는 목적, 대략적인 내용과 구성, 그리고 예상 독자를 다루고, 후반부에서는 ‘은, 는, 이, 가’ 의 차이를 다루거나 제목의 동사화/명사화 등의, 문법적인 단위에서의 인상의 차이를 다룬다. 이런 구성을 통해 독자가 느끼는 입문 장벽을 낮추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핵심 요소를 짧게 전달하며 점점 심화되는 내용으로 가는 기법은 시부사와 에이치의 “논어와 주판”이 생각나는 부분인데, 이 책도 독자를 잘 설득하는 책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이 책에서 다루는 리뷰의 요소들이 아주 설득력이 없지는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결론에서는 다독, 다작, 다상량으로 끝맺음하며, 모든 작법서에서의 공통 문법도 빼먹지 않는 점도 개인적으로는 좋았던 부분이었다. 남들과는 다른 점을 어필해야 하지만 동시에 기본에도 충실해야 한다는 교훈이었달까.
다만, 일본 책이다보니 번역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작문법은 생략되었고(역자 밝힘), 작법에 관해 추천하는 책도 번역이 되지 않은 책들이어서 이런 부분은 살짝 아쉬운 부분이었으나, 대신 역자 후기에서 좋은 책을 추천받아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닫을 수 있었다.
설득하는 글은 비단 리뷰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
이 책의 제목은 리뷰에만 국한해서 쓰는 법을 설명해 주었으나, 남을 설득하는 방법의 요소는 리뷰에만 쓰이지는 않을 것이다. 자료를 준비하고, 반대 입장도 생각하고, 단어와 문법을 섬세하게 골라야 하는 것은 토론은 물론 논문 등의 영역에서도 아주 중요하게 쓰일 수 있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논문의 related works 부분의 역할을 곰곰히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다. 이 부분은 내 연구와 유사한 연구를 조사해 리뷰어로 하여금 이 분야의 연구 흐름을 알게 해 주고, 내 연구가 어떤 새로운 점과 어떤 차별점을 가지는지를 설득하는 부분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단순히 칸을 채우기 위한 자료 조사만 해 오던 나 스스로가 부끄러워지는 부분이었다.
앞으로도 계속 연구를 하고 책을 읽으며 논문과 리뷰를 쓸 텐데, 생각없이 보고서 형식으로 쓰던 글을 새롭게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다. 여기서 배운 내용을 체화하는 데에는 오래 걸리겠지만, 시도라도 해 보는 게 포기하는 것보단 낫겠지 싶다.
참고문헌
1 川崎 昌平, 리뷰 쓰는 법, 박숙경, Transl., Paju, S.Korea: 도서출판 유유,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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