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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착왜구와 죽창부대의 사이에서

Fig.1 토착왜구와 죽창부대의 사이에서, 박영사

이창위의 “토착왜구와 죽창부대의 사이에서』(박영사, 2023)”는 역사적,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다루고 있어 독자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갈릴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뉴스에서 자주 등장하는 여러 이슈들에 대해 역사적 배경과 상세한 설명을 덧붙이며, 저자의 관점을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기의 한일 외교 현안들을 한일 간의 역사, 국제정치, 국제법적 시각에서 해석한 점은 이 책의 장점이다. 감정적 접근보다는 논리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을 전달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문재인 정부 시기의 이슈뿐 아니라, 친일파 논란, 반일 감정의 정치적 이용, 일제강점기의 시작과 한일기본조약, 최근 일본제철 강제징용 소송과 독도 문제 등도 폭넓게 다루고 있다. 여기에 동북아 정세 분석과 저자의 외교적 제언도 포함되어 있어, 국내 담론에서 보기 드문 시각을 접할 수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어려운 내용을 쉽게 전달하려는 구성이다. 각 장의 서두에 핵심 내용을 요약한 두괄식 구성, 주제별 분량 조절, 그리고 풍부한 예시들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특히 국내법과 국제법의 차이에 대한 설명은, 일반적으로 놓치기 쉬운 맥락을 잘 짚고 있다.

다만, 제한된 분량 속에서 광범위한 내용을 다루다 보니 일부 이슈는 다소 간략하게 다뤄졌고, 문재인 정부의 외교를 중심으로 서술되다 보니 비판적인 시각이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다. 국내 정치인의 반일감정 활용에 대한 비판이 중심이지만, 일본 정치인이나 외무성이 한일 갈등을 야기한 측면에 대한 서술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또한 일본 정치인의 사과에 대한 서술도 다소 아쉬웠다. 사과의 횟수에 집중한 설명보다는, 위안부 문제와 관련된 부정 발언이나 정부의 공식 입장 사이의 괴리를 더 분명히 짚어줬다면 좋았을 것이다. 예컨대, 빌리 브란트 총리의 무릎 꿇은 사과와 그로 인한 내각 불신임 결의 같은 사례를 들어, 사과가 정치적으로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는 점을 보완했다면 더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물론 1장은 책 전체의 내용을 간략히 요약해야 하는 성격을 지닌 만큼, 분량 조절상의 선택으로 볼 수도 있다. 위안부 문제 외에도 국제법과 국제정치의 성격, 독도 문제 등 다양한 이슈를 다뤄야 하는 책의 성격상 모든 내용을 자세히 담기 어려웠을 것이다.

결론

이 책은 교과서나 언론을 통해 흔히 접하는 한일관계 이슈들을 국제정치와 국제법의 관점에서 재조명함으로써, 일반적 시선과는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민감하고 논쟁적인 내용도 있으나, 그만큼 기존 시각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이 리뷰에서는 민감성 때문에 언급하지 않은 주장도 있으나, 어떤 부분은 설득력이 있었고, 어떤 부분은 반박의 여지가 충분하다고 느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계기로 관련 자료를 더 찾아보며 한일관계를 공부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출발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이창위, 토착왜구와 죽창부대의 사이에서, 박영사,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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