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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추리·공포 단편선 1: 고딕 호러

Fig.1 에드거 앨런 포 전집, 시공사

에드거 앨런 포의 추리 및 공포 단편선 1권 1회독을 끝낸 기념으로 간략하게 리뷰를 적어 보고자 한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이렇게나 오래된 포의 공포 단편선이 어떻게 여전히 필자를 공포감에 들게 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다뤄보려고 한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포의 이 공포 단편선은 등장인물들의 잔인하고 무서운 행동들을 독자로 하여금 이해시키고, 공감시키며, 나 또한 그럴 수도 있겠다는 감정이 독자를 공포감으로 모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Fig.2 Monastery Burial-Ground Under Snow

이번 포스트에서는 이 단편선 중에서 자기 파괴적 행동, 그리고 인간 본성에 대한 묘사를 다룬 단편들에 대해 다뤄보려 한다. 고딕 호러 소설에는 “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 등의 소설이 유명하나 아쉽게도 필자는 읽어본 작품이 많지 않다. 하지만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그리고 H. P.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에서 볼 수 있었으며, “더 씽(1982)”나 “미스트” 등의 현대 호러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인간의 본성, 자기 파괴적 행동의 계보를 따라가다 보면 포의 작품이 꼭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포의 작품에서는 그러한 경향이 짙게 나타난다.

포의 작품 중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는 작품으로는 “검은 고양이”, “군중 속의 남자”, “심술의 악령” 을 들 수 있다. 이미 영화 “조커”, “미스트” 등에서 평범한 사람이 어려운 상황과 다양한 위기에 직면하고,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어떻게 바뀌는지 다양하게 표현된 적이 있다. 포 또한 평범한 사람이 극한의 상황에 몰리면서 비이성적이거나 폭력적 행동을 하는 모습을 묘사하며, 그런 끔찍한 사건이 평범한 사람에게도 일어날 수 있단 것을 보이며 더욱 공포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

Fig.3 가짜 사나이

필자는 “가짜사나이” 라는 프로그램을 본 적은 없으나, 이와 같은 극기훈련을 하면서 훈련생들은 생존의 영역으로 몰아붙여진다. 자칫하면 목숨을 잃거나,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는 상황에서 사람은 자연스럽게 자기 보존을 위한 행동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살아남기 위한 행동은 대부분 이기적인 행동, 비이성적인 행동, 또는 회피적인 행동으로 보여지게 된다. “이기적 유전자” 식으로 말하면, 유전자 단위에서의 이기적 행동이 아닌, 개체 보존 단위에서의 이기적 행동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Fig.4 Darkest Dungeon Affliction

우리는 극기 훈련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상황을 쉽게 보거나, 또는 직접 마주할 수 있다. “검은 고양이” 의 도입부에서 화자는 순한 성격이고, 애완 동물을 기르며, 결혼 생활도 원만하였으나 음주로 인해 뚱하고 신경질적이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신경쓰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는 언급을 한다. 우리 주변에서 학업, 군대, 취직, 업무 등 다양한 스트레스로 인해 이기적이게 되거나, 신경질적이게 되거나, 또는 폭력적이게 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에 이 작품들을 보면서 ‘나, 또는 내 주변 사람들도 이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즉, 흉악하고 기괴한, 멀게만 느껴졌던 살인범을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또는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사람으로 다가오게 만들었다는 점이 포의 공포 소설이 가지는 강점으로 생각한다. 인종차별주의자나 해산물 혐오자가 아닌 이상 러브크래프트의 일부 작품들은 이해하기 어려워 공포감을 느끼기 어려운 것에 비해, 포는 이 살인범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공포 소설로서 중요한 점을 살렸다고 생각한다.

Fig.5 Harry Clarke, The Tell-Tale Heart

포의 작품에서 특이한 점 중 하나로는, 등장인물들이 충동적인 행동을, 특히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고자쟁이 심장”과 “심술의 악령”에서의 화자의 고백이나, “네가 범인이다” 등에서의 고백이 있다. 왜 범인들이 스스로 파멸에 이르는 행위를 하는걸까?

Fig.6 The impulsive, the imp of the perverse

필자는 어느 정도 그 범인들의 돌발적 행동에 공감이 간다. 대부분의 돌발적 행동은 재미있다. 도전은 성취감을 주고, 고해 성사는 죄책감을 덜어주고, 뒷담화는 후련한 느낌을 주고, 갑작스런 행동은 주변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그리고 기묘하게도, 해야만 하는 일을 하지 않아 스스로 파멸에 이르는 길은 매력적이다. 포는 이 짖궂은 마음을 “심술의 악령”에서 이 복합적인 심리를 담담하게, 학술적으로 묘사한다.

살인사건을 자백하는 것은 공감이 쉽지 않다. 하지만 내일까지 해야 하는 일을 미루고 다른 짓을 하면서 노는 것은 재미있고, 월요일에 일찍 일어나 출근해야 하지만 일요일 밤 늦게까지 노는 건 재미있다는 것에는 공감할 수 있다. “심술의 악령” 에서는 이런 이해하기 쉬운 예시를 들어 우리를 설득한다. 그리고 화자가 스스로 자백하게 되는 경위와 그 심정을 상세히 서술해, 더더욱 독자를 설득하고 이해시킨다.

Fig.7 Hannibal S1E2, God is terrific

한편, “아몬티야도 술통” 에서는 살인자의 우월감을 묘사한다. 한니발 시즌 1의 2 화에서 이를 은유하는 장면처럼, 살인자가 무력한 피의자 앞에서 가지는 감정, 그리고 무력한 피해자의 마지막 발버둥을 보면서 느낄 수 있는 우월감을 묘사한다. 화자의 살해 동기는 서술이 짧고,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피해자를 가두고 나서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행동 묘사는 소름끼칠 정도로 현실적이다. 당혹감, 분노, 무력감, 슬픔의 감정과 그런 모습을 보면서 최대한의 방법으로 조롱하며 우월감을 느낀다.

우리는 이런 감정을 살인현장에서 볼 일은 없겠지만, 인간 관계에서 많이 느낄 수 있다. 이상적으로 서로를 배려해주는 관계는 드물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서, 또는 이해관계로 사람을 만날수록, 또는 마주치는 시간이 길 수록 인간 관계에서의 주도권 싸움이 치열해진다. 그리고 위계 차이가 커질수록, 상대가 매여 있을수록 주도권을 가진 측의 그 만족감은 살인 현장에서의 그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Fig.8 The Thing, 1982

필자는 공포영화 중에서는 좀비영화가 제일 무섭다. 어렸을 때는 좀비라는 존재와 소중한 사람이 그렇게 변할 수 있다는 점이 두려웠다면, 나이가 들면서는 그런 극한의 상황에서의 사람들의 심리가 무서워졌다. 정확히 ‘좀비’는 아니지만, 영화 “더 씽The Thing, 1982”, 또는 앞서 언급한 영화 “미스트” 같은 영화가 있다.

포의 공포 단편은 그런 인간이 숨기고 싶어하는 감정들, 광기, 이기심, 폭력성, 비이성적 행동, 자기 파괴적 행동, 그리고 우월감 등을 묘사했고, 그런 감정을 독자로 하여금 효과적으로 이해시키고 공감시킨다. 필자는 이렇게 독자를 이해시키고, 공감시킨다는 점에서 공포감을 느끼며, 동시에 포가 고전의 반열에 올라서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참고문헌

모르그 가의 살인(에드거 앨런 포 전집: 추리.공포 단편선 1). (2018).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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