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벌레The Gold-bug
Fig.1 에드거 앨런 포 전집, 시공사
개인적으로 에드거 앨런 포 전집 1 권에서 처음으로 재미를 느낀 단편은 황금 벌레The Gold-bug다. 모르그 가의 살인, 마리 로제 수수께끼, 그리고 교과서에도 실린 검은 고양이 등 유명한 명작들이 포진해 있는데 왜 황금 벌레가 제일 재미있었을까, 생각해봤다.
에드거 앨런 포라고 하면 흔히들 생각하는 키워드는 ‘공포’, 그리고 ‘추리’이다. 하지만 공포는 어렵다. 명작으로 유명한 공포 영화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무감각해졌다. “에일리언(1979)”처럼 여러 요소들이 클리셰로 자리잡으면서 점점 관객들에게 익숙해졌거나, “더 씽(1982)”처럼 과거의 연출이나 효과들이 기술의 발전으로 유치해 보이는 경우가 있다. 소설도 마찬가지다.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 러브크래프트의 대부분의 작품들이 그렇듯 시간이 지나며 매체의 표현과 전달 기법의 발전으로 고전 공포 소설들은 그 색채가 무뎌져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금 벌레는 공포와 추리 두 토끼를 잡아내어 두 요소의 매력을 잘 살려낸 작품이다. 플롯의 재미, 반전의 매력, 그리고 서술의 디테일에 있어 그 모두를 만족시켰다. 이는 이 소설 자체의 구성과 반전이 가지는 매력도 있지만, 에드거 앨런 포 전집 1 권의 편집자의 영향도 크다는 생각이 든다..
1 권 편집자의 단편선 배치가 의도된 것이라고 느껴지는 것은, 이 소설의 반전의 함정과 단편집의 순서 흐름이 이어지게 작품 순서를 구성한 느낌이 들어서이다. 1 권의 구성은, “모르그 가의 살인”과 “마리 로제 수수께끼”로 포의 추리소설 작가로서의 날카로움을 먼저 보여준 후에, 유명한 고딕 호러 소설 “검은 고양이”를 배치하였다. “검은 고양이”에서 고딕 호러 특유의 광기, 특히 음산하고 기괴하지만 공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롯되는 공포를 보여 줬다. 그리고 이 작품, “황금 벌레”로 이어진다.
“황금 벌레”는 서두에서부터 광기가 느껴지는 인용문을 사용하여 고딕 호러 소설인 듯 독자를 자연스럽게 유인했다. 특히 화자는 소설의 주인공인 윌리엄 르그랑William Legrand을 옆에서 관찰하는 친구로, 윌리엄을 정신이 불안정한 사람으로 낙인을 찍었다.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고, 무슨 짓을 벌일 지 예상하지 못하는 행동을 묘사하며 독자로 하여금 광인을 주인공으로 한 고딕 호러 소설로 생각하도록 유인했다.
그리고 진상이 밝혀지는 순간부터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된다. 앞서 모르그 가의 살인에서 보여주었던 포의 추리 소설가로서의 강점을 보여준다. 이제는 너무나도 유명해진 암호문 풀이법들, 영어 기반의 암호문을 e 기반으로 풀어나가는 점이나, 양피지라는 재질을 기반으로 한 추리, 그리고 열을 가하면 드러나는 드러나는 글자 등의 트릭 등을 통해 사건의 전말을 찾아가는 점이 아주 섬세하고 흥미롭게 잘 짜여져 있다.
그러면서도 마지막 장면에서 의미심장한 대사를 남기고 끝을 맺음으로서, 독자로 하여금 그 이후의 장면을 상상하게 만들면서 공포의 요소가 다시 여운을 남긴다.
정리하면, “황금 벌레”는 고딕 호러 소설로서 가슴 졸이는 전개, 추리 소설로의 반전, 그리고 추리 과정의 상세한 묘사와 섬세한 서술로 흥미롭고 재밌는 구성을 지닌, 에드거 앨런 포의 장점만을 집대성한 단편 소설이다. 때문에 고전 소설 치고는 현 시점에 읽어도 대단히 흥미로운 반전으로 재미를 가지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참고문헌
모르그 가의 살인(에드거 앨런 포 전집: 추리.공포 단편선 1). (2018).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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