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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그 가의 살인The Murders in the Rue Morgue

Fig.1 에드거 앨런 포 전집, 시공사

필자는 많은 책을 읽어보지는 못했다. 추리 소설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 두 편, 셜록 홈즈 시리즈 중 일부분 두 편만을 읽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은 상상도 못한 반전으로 기억에 남았으나, 셜록 홈즈는 그저 ‘주인공이 멋있다’ 정도의 인상만이 남고, 독자는 추리에 참여하지 못하고 멋진 주인공의 활약을 관망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모르그 가의 살인은 다르다. 추리할 단서를 넉넉히 제공하고, 주인공이 추리 과정을 천천히 밟으며 독자의 추리를 돕고, 흔히 할 수 있는 실수를 먼저 말해주며 작가는 독자를 한 수 앞서 보는, 그야말로 ‘추리’소설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모르그 가의 살인은 포의 추리소설가로서의 재능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작품 초반부에서는 주인공의 비범한 추리력을 보여주는데, 그와 동시에 작가의 추리에 대한 사상을 보인다. 집중력concentrative, 통찰력acumen, 그리고 분석력analytical power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기사를 읽은 후 뒤팽이 망막의 중심과 외곽에 대해 논하며 사물에 집중하는 것과 전체를 보는 것에 대한 생각을 보이는데, 필자가 대학원에 온 후 연구를 하며 느낀 것과 비슷해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추리 과정에 있어서도 ‘멋지게 추리하는 사람이 나오는 소설’이 아닌, ‘추리 소설’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먼저 신문 기사와 사건 현장 조사를 많은 분량을 할당하면서 단서를 제시하고, 천천히 기사와 현장 조사의 요소들을 되짚으면서, 정답을 바로 제시하지 않고, 논리적인 단계를 밟아 간다. 특히 세심하다고 생각한 부분이, 앞서 나열한 단서로 유추할 수 있는 첫 번째 오답을 주인공을 통해 먼저 꺼냈다는 점이다. 이 묘사로 범인凡人과 대비되는 뒤팽의 비범한 통찰력을 강조한 부분이 흥미로웠다.

범인의 정체를 밝히는 부분도 잘 설계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특이한 범인이 어떻게 파리 한가운데에서 발견되었는지를 밝히고, 앞서 사건 현장에서 깔아 둔 권총 복선도 적절한 수단으로 활용해 인물이 순순히 사건의 전말을 밝힐 수 있도록 플롯을 작성한 점이 재미있다.

요약하면, 필자는 본 작품에서 작가가 생각하는 추리력-비단 추리만이 아닌 대상에 대한 분석에 대한 작가의 사상, 단서들을 기반으로 천천히 추리해나가는 구성, 그리고 깔끔하게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결말까지, 필자가 생각하는 완벽한 추리소설의 형태를 띄는 작품이다.


참고문헌

모르그 가의 살인(에드거 앨런 포 전집: 추리.공포 단편선 1). (2018). 시공사.

http://xroads.virginia.edu/~Hyper/POE/murder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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