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십 트루퍼스
Fig.1 스타십 트루퍼스, 황금가지
TANSTAAFL!
There ain’t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은 저자의 다른 소설인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에서 유명해진 문구로, 권리에 수반되는 책임을 강조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마찬가지로, “스타쉽 트루퍼스”에서는 고대 그리스처럼 병역을 통해 참정권을 획득할 수 있는 사회를 다루고, 또 엄격한 규율과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을 져야 하는 군 사회와 그 안에서 성장하는 주인공을 그려낸다.
이 소설에 대한 느낌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SF는 형식일 뿐이고 그 내용은 주인공의 군 복무 과정에서의 성장 소설이며, 군대에서의 엄격한 질서 하의 세계관을 묘사하는 작품이며, 자격이 되는 자에게만 참정권을 부여하는 고대 그리스식 참정권 제도에 대한 예찬을 담은 작품이다.
Fig.2 스타십 트루퍼스, 영화 포스터
97년도 영화로 유명한 작품이고, 필자도 그 영화를 먼저 본 후에 이 소설을 읽게 되었으나… 밀리터리 SF 소설이라는 소개와는 달리 한국인에게는 공포 소설이었다. 주인공이 규율을 지키고 책임을 다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멋있게 다루며 성인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주지만, 동시에 충동적으로 입대를 결심하는 장면과 장기복무를 지원하는 장면에서는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물론 후자의 경우 사회에 책임을 다하는 사람으로 성장했다는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징병제 국가이자 아직 군인에 대한 대우가 아쉬운 국가 사람으로는 너무 공포스러운 장면이었다.
이 소설의 특징은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는 부분이다. 윤리 철학 수업의 뒤부아 선생의 입을 빌려 윤리 의식과 생존과의 관계를 다루는 부분인데, 이 책이 2차 세계대전 직후에 쓰여졌다는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야 이해가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생존이 중요하지 않은 덕목은 아니지만, 사관학교 경험과 전쟁의 경험으로부터 저자의 윤리 사상이 확립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다만 군 복무를 통해 참정권을 얻는 제도를 현실에 적용하기엔 어려운 점이 있을 것 같다. 먼저 한국과 국군이 처한 상황을 생각할 수 있겠다. 한국은 가장 최근 선전포고 없이 침공을 시작한 집단이 북부에 주둔하고 있고, 주변에 강대국이 자리한 지정학적 위치에 있다. 때문에 안보를 위한 군 규모를 유지하려면 쉽사리 모병제로 바꾸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그리고 국군이라는 조직을 생각하면, 국민의 절반인 여성의 입대를 위한 시설이나 보급이 미흡한 상태이고, 여전히 조직을 위해 개인이 희생되어야 하는 군 인권 문제 등의 문제도 있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 외에도 군대가 정말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판별하기 위한 관문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남아 있고, 사회의 목소리를 골고루 대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당장 비례 대표 의원을 뽑는 원 의도는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함이란 점을 생각해 보면, 군 입대로 참정권이 생기는 사회는 군에 입대할 수 없는 사람들의 민의를 반영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진다고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보통선거에 대한 의문을 다시 한 번 제기할 기회가 생기긴 했지만, 결국 모든 개인이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서 투표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를 남기기 힘들 것 같다.
참고문헌
R. A. Heinlein, 김상훈, Transl., 스타십 트루퍼스, 황금가지,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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