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 엔딩 극장
Fig.1 Title image
생일 선물로 받은 짧은 플레이 타임의 스토리 게임이다. 플레이 타임은 대략 90분 정도 걸렸는데, 선택지형 스토리 게임 치고 게임성 면에서 꽤 참신한 면이 있어 리뷰를 작성한다.
이 포스트에서는 스크린샷이 다 영어인데, 한글 공식 지원되는 게임이니 부담 갖지 않기를 바랍니다.
Fig.2 Selecting the behaviour of characters
대부분의 선택지형 스토리 게임은 내가 조종하는 캐릭터의 행동만을 조종할 수 있는데, 이 게임은 나만의 선택지를 고르는 게 아닌, 모든 등장 인물들의 선택지를 미리 골라 놓을 수 있다. 그림 2와 같은 로비 화면에서, 등장 인물들의 행동 패턴을 미리 정해놓고, 스토리를 시작한 후에, 내가 조종하는 캐릭터의 선택지를 고르는 형태이다.
예를 들어, 등장인물 영웅 A, 인간 B, 그리고 마족 C가 있다고 하자. 스토리의 도입부에서 B와 C가 특정 장소에서 만나는데, 몇 시간 후에 A가 그 장소를 방문한다. 나는 A를 플레이하고, 스토리를 시작하기 전에 B의 성격을 ‘친절함’으로, C의 성격을 ‘공격적’으로 설정해 둔다고 하자.
Fig.3 Consumed maiden
나(A)는 그 장소에 도착했을 때 C가 B를 잡아먹어서, B를 만날 수 없다.
하지만 B의 성격을 별도로 설정해 두지 않고, C의 성격을 ‘친절함’으로 설정해 둔다면?
Fig.4 Nothing happened
B와 C는 서로 싸움이 일어나지 않아, 나(A)는 이후 살아있는 B, 또는 C를 만날 수 있다.
이렇게, 등장 인물들의 행동 패턴을 미리 설정해 두고, 그에 따라 전개되는 시나리오에서 내가 플레이하는 캐릭터의 선택지를 골라 가며 다양한 스토리를 보는 게임이다.
Fig.5 Different perspective
특히, 같은 시나리오라도 내가 플레이하는 캐릭터에 따라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는 재미가 있다. 만약 마왕과 용사가 싸워 용사가 이기고 나면, 마왕 입장에서는 그저 게임 오버일 뿐이다. 하지만 용사의 입장에서는 마왕을 죽인 이후 남은 스토리가 어떻게 흘러갈 지 보는 재미가 있다.
다른 선택지형 스토리 게임은 단순히 잘못된 선택지를 선택하면 배드 엔딩이 뜨고, 진엔딩을 보기 위해서 읽어나가는 어드벤쳐 북 같은 구성이라면, 이 게임은 여러 등장인물의 선택지를 미리 선택하고, 그 조합에 따른 다양한 시나리오를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특히, 각 캐릭터마다 N개의 성격이면 그 조합의 가짓수가 엄청나게 많을 것 같지만, 43 개의, 그렇게 많지 않은 엔딩 개수이고, 스토리의 길이가 길지 않아 빠르게 단편을 보는 기분으로 볼 수 있는 점이 간편하고 좋다.
Fig.6 Decision tree system
하지만 단점은, 그 짧은 스토리의 한계이다. 짧은 스토리의 아쉬운 분량, 그리고 부족한 복선의 진엔딩도 아쉬울 따름이다.
스토리 게임 치고는 의외로… 스토리는 그저 그랬다. 만원짜리 게임에 큰 무언가를 바라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지만, 정말 짧은 길이의 스토리다. 각 캐릭터의 가장 긴 스토리라고 해도 큰 반전 없이, 기승전결의 굴곡이 적은, 비극이라기엔 조금 아쉬운 정도다.
언더테일이 크게 성공한 이후 메타적인 스토리가 유행하기는 했다. 다만 이렇게 짧은 스토리에, 부족한 개수의 복선은 꽤나 아쉬운 점이다. 이 ‘배드 엔딩 극장’의 설립과 다른 등장인물에 대해 미약한 복선을 깔기는 했지만, 그게 극장의 등장인물과 엮이는 점이라던가, 게임에 LGBTQ+ 태그가 붙은 이유가 나온다던가… 하는 점은, 깔린 복선에 비해 풀어내는 내용이 많아 다소 당혹스러운 점이 있다.
Fig.7 Overlord
정리하면, 게임성 괜찮은 참신한 선택지형 스토리 게임이고, 짧게 진엔딩까지 볼 수 있는 간편한 게임이지만, 그만큼 스토리가 짧다는 아쉬움과, 부족한 복선 때문에 진엔딩에서 다소 급진적인? 전개가 아쉬웠던 게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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